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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센터] CSI 2기 수사대 214일간의 이야기


CSI 2기 수사대 214일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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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문제총서 시즌2 CSI(Citizen for Social Innovation) 수사대원이 처음 모였던 날이 기억납니다. 내 손으로 직접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를 생각해오라는 숙제(?)를 엄청 열심히 해 오셨죠. 백여 가지가 넘는 질문을 종이에 한 장씩 인쇄해 벽에 붙이니 넓은 벽이 빈틈없이 채워졌습니다. ‘밤에 쓰는 편지는 왜 더욱 감성적인가’, ‘나는 도대체 왜 연애를 못하고 있는가’ 등의 아주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철학적이고 심오한 학문적 난제에 가까운 문제까지 다양한 질문들을 던져주셨습니다. 이 모든 질문을 연구하려면 온갖문제총서 시즌 10까지 가야 해결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이번 온갖문제총서 시즌 2에서는 이중 5개의 주제를 선정해 starbuslife팀, 김대리팀, by서울 bye서울팀, 듀얼코어팀, 별bomb팀 각 1개씩 주제를 맡아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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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주제


시민연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모였지만, 조사를 하고 그것을 결과로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가고 배우는 영화 제목 따라간다더니 우리의 연구도 프로젝트의 이름과 같이 늘 온갖 문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중도 하차하는 분, 중간에 친구따라 얼떨결에(?) 참여하게 된 분들도 계셨고, 온라인 설문사이트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다보니 조사는 엄청 많이 해놓고 결과를 다운받을 수가 없어 결국 결과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허무한(?)일도 있었고, 연구주제가 키워드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방향의 연구로 전향하게 된 사연도 있었습니다.

 

starbuslife팀의 연구 주제 <창문 좀 열어 주세요> ‘버스 좌석과 창문은 왜 일치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보고,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책 표지를 보고서야 이해했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갑갑한 시내 버스 안에서 창문을 열려고 하니, 창문이 앞좌석 사람이나 뒷좌석 사람만 열 수 있는 상황을 겪으며 창문과 좌석 문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버스 창문에 대한 호기심이 손잡이, 의자 등등 버스 디자인에 대한 문제의식과 버스만 타면 잠이 오고, 졸다가도 내릴 정거장 근처에서 눈이 떠지는 신기한 상황에 대한 관심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starbuslife팀의 연구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창문 좀 열어 주세요


온갖문제총서 워크숍이 있던 날에도 계속 되는 야근으로 지쳐가던 한 수사대원.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 없이 ‘일 잘하는 김대리 왜 맨날 야근하는가’ 라는 주제를 내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굳이 연구해 볼 욕심까지는 없었다고도 하던데요. 어찌 되었건 ‘야근’이라는 주제는 팀 구성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마도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주제였지만 막상 연구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조사대상인 직장인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야근으로 바빠 설문조사에 제대로 응답해주지 못했고, 야근의 상황이 각자 너무나 달랐기 때문입니다. 야근의 모든 것을 파헤치지는 못했지만 <야근의 탄생>이라는 현실감 넘치는 만화를 만들어냈고 야근에 대한 일상적 연구의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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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 탄생


거창하게 말하자면 ‘복잡한 서울을 떠나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현대인의 희망’을 파헤친 <바이바이서울>은 전국의 모든 인구가 서울에만 모여 사는 어두운 2032년 서울의 일상을 그린 소설로 시작합니다. 신춘문예에 출품할 작품이 잘못 실린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힘들고 어두운 미래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고 싶으면서도 떠날 수 없는 현대인들의 고민과 갈등을 소설, 인터뷰, 수사대원들의 자전적 목소리로 담아주셨습니다. ‘서울을 떠나서도 성공하며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밝히고 싶으셨다는데 연구를 하면 할수록 그렇지 못한 지방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By서울 Bye서울’이라는 팀 이름도 서울에 의해 성공해 잘살 것인지, 아니면 서울과 안녕해 잘살 것인지 살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는데 이는 앞으로 우리 모두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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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서울


취업준비와 성적관리에만 관심을 갖던 주변의 20대 친구들이 트위터에 올라오는 시사적 이슈에 대해 논하고 정치 관련 주제를 다룬 팟캐스트를 들으며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듀얼코어팀의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20대의 정치는 이것이다라고 딱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의견을 이야기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데 20대는 정치에 정말 관심이 없는 걸까?’ 듀얼코어팀의 <20대, 정치를 고민하다>는 이런 20대의 고민을 담아 그들이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정치적 입장을 표방하는 새로운 방식을 살펴보았습니다.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다시 하고, 기존 386세대의 20대 모습과 현재 20대 모습을 비교해보면서 무엇이 왜 다른지 치열한 토론도 나누었다고 합니다. 온갖문제총서 1 ‘정치에 무관심한 20대를 위한 정치사용설명서’에 이은 20대의 정치앓이 심화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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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정치를 고민하다


<내일 당신의 운세는 맑겠습니다>의 별bomb팀은 신문마다 각각 다른 운세 정보만큼이나 변화무쌍한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별이 왜 안보일까’에서 시작한 연구주제에 모인 팀원들은 처음엔 별 보기에 관심 많은 분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팀원들이 바뀌면서 별보기->별자리->각종 운세 정보로 연구의 방향이 변했습니다. 정말 한치 앞 운세도 알 수 없는 게 세상살이인가 봅니다. 처음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천기누설의 위험을 무릅쓰고 파헤친 운세 정보 공급에 관한 연구는 오늘의 운세 정보가 시작된 기원에서 여러 신문의 ‘오늘의 운세’를 분류해 우리에게 운세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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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유형


끝으로 CSI 2기 시민수사대원이 바라본 온갖문제총서에 대한 촌평으로 온갖문제총서 시즌2 214일간의 일정 보고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온갖문제총서는 [    ]다’라는 질문에 한 수사대원은 “온갖문제총서는 [산수유]다.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라고 위트있게 대답해주셨습니다. 이번 연구와 그 결과가 정말 참 좋은 것인지에 대한 평가는 이 책을 읽어보실 시민 여러분의 몫일 것입니다.



힘든 연구기간 동안 바쁜 일상을 쪼개 참여해주신 시민 수사대원분들이야말로 희망제작소와 우리 사회의 산수유이자 흑마늘진액이자 홍삼엑기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 정말 정말 좋은 분들인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이죠. 온갖문제총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무한 관심과 호기심이 있는 깨어있는 시민이 있는 한, 그 궁금증이 해결되는 그날까지 온갖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며 계속될 것입니다.

* 본 프로젝트는 인텔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도서 소개





글_ 양소연 (사회혁신센터 선임연구원 syyang@makehope.org)

출처: http://www.makehope.org/3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