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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센터] 농촌의 역습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함께 공부하는 ‘뿌리공부방’을 열고 있습니다. 여덟 번째 뿌리공부방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일본의 도농교류비즈니스 성공모델인 NPO ‘에가오츠나게테’ 소네하라 히사시(曾根原久司) 대표가 저서 ‘농촌의 역습(한국어판)’ 출간 기념으로 방한하여 전국 순회강연을 개최하였고, 그 첫 시간을 뿌리공부방에서 함께 했습니다. 2월 27일 오전10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있었던 강연과 질의응답을 요약하여 전합니다.


“아버지 세대는 오늘 힘들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었죠. 우리 세대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세대갈등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20대 청년이 이렇게 말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청년실업과 빈곤문제는 언급하는 것조차 새삼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더 이상 과거의 성장논리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십 년 전 일본에서도 감지됐다. 도쿄에서 금융권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소네하라  히사시 대표(이하 소네하라 대표)는 눈앞에서 버블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도시에 미래가 없다.’ 소네하라 대표는 고개를 농촌에 돌렸다. 그러나 일본의 농촌도 문제는 심각했다. 고령화가 심화되어 더 이상 마을을 유지하기 힘든 한계취락마을*, 경작을 포기한 땅이 늘어나면서 식량 자급률도 급락하고 있었다.


*한계취락마을: 주민의 50% 이상이 65세 이상으로 생활 도로와 임야의 정비, 관혼상제 등 공동체로서 기능을 하지 못해 마을 유지가 한계에 이른 마을


소네하라 대표는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도시와 농촌 각자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생존 모델을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도쿄에서 가까운 농촌마을인 야마나시 현 호쿠토 시 스타마 정 북단에 위치한 마쓰토미(曾富) 지역에 자리를 잡고 숲으로 우거진 땅을 개간해 농지로 일궜다.


그로부터 십팔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지역에서 만 개가 넘는 일자리와 천억 엔의 경제효과를 만들어냈다. 낙후됐던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도시에 있는 시민들과 기업들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교류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던 농촌경제를 도시민과의 연대와 협력으로 활성화시킨 또 하나의 모델을 창조해 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실업과 빈곤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농촌에서도 해마다 경지면적이 줄고 있다(2005년 182만ha, 전체 국토 면적의 18.3%에서 2011년 169만ha, 16.9%로 감소). 식량자급률도 22%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커뮤니티비즈니스를 일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소네하라 대표가 야마나시에서 일군 성공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었다. 홍보기간이 짧았고 오전에 이뤄진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강의장이 꽉 들어찼다. 짧은 시간이라 십팔 년 동안의 풍성한 경험을 자세히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강연을 진행해 주신 소네하라 대표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강연 내용을 간추려 정리했다.



이대로라면, 도시는 미래가 없다


20년 전 일본은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호황을 누렸습니다. 당시 저는 도쿄에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했습니다. 그때 이른바 ‘버블경제 붕괴’가 일어났습니다. 일본은 장차 큰 세 가지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는 버블 붕괴에 의한 불량채권 문제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일어날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산업과 고용에 있어서 공동화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세 번째는 장기적인 문제로 식량 자급률과 에너지 자급률의 급격한 감소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문제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문제를 생각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해 심한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적으로 효과를 내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본의 농촌 자원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활용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자원이 많습니다. 이 자원을 활용하면 새로운 지역산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농촌에서 실천해 보고 싶었습니다. 야마나시의 경작 포기율은 전국 2위였습니다. 사용되지 않고 있는 농지가 너무 많습니다. 야마나시 산림률은 일본 5위이고, 전국 생수 공급량도 야마나시 현이 30%를 차지합니다. 제가 이주한 곳은 일조시간이 일본에서 1위입니다. 태양력 발전에 최적지입니다. 이러한 자원의 비율을 보고 야마나시로 이주를 결심한 것입니다.


이주 후 농지를 빌렸습니다. 풀이 우거져 있던 곳인데 저와 가족이 개간해서 논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임업도 시작했습니다. 지역에 별장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장작스토브를 사용합니다. 산에 목재가 많았지만 방치되고 있어서 산을 빌려서 경영했고, 생산된 장작을 인근 별장에 팔아 수입을 올렸습니다.


2001년 본격적으로 NPO ‘에가오츠나게테’(えがおつなげて: 미소를 잇다)를 설립했습니다. 도시 젊은이들이 내려와 유휴농지를 개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연간 500명이 자원봉사로 개간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20개국 이상의 외국인들도 체험삼아 오고 있습니다. 농지가 개간되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4대 곡물인 쌀, 콩, 밀, 옥수수를 생산하는 경작지가 되었습니다. 카나가와, 야마나시, 치바 등 도쿄에서 가까운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작에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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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기업과 농촌을 잇다


에가오츠나게테의 주된 활동 중 하나가 기업과의 연대에 의한 농촌 활성화입니다. 야마나시에서 생산한 주정용 쌀로 마루노우치라는 일본 술(정종)을 만들었는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간벌재가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과 연계하여 주택 건설용 목재로 가공해, 모델하우스를 만들었고, 연간 500채 정도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연계사업은 일본 부동산 기업인 미쓰비시지쇼(三菱地所)와 연계한 ‘하늘과 땅 프로젝트’입니다. 테마는 ‘도시와 농촌을 연결한다.’는 것입니다. 인구 과소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호쿠토 시 지역과 도쿄를 교류하도록 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미쓰비시지쇼와의 연계사업은 약 5년 전 미쓰비시지쇼 사원들이 개간활동에 참여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하늘과 땅 프로젝트 안에서 여러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먼저 CSR(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인데, 여기에는 미쓰비시지쇼 사원과 사원 가족이 참여합니다. 두 번째는 미쓰비시지쇼에서 지은 맨션 거주자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미쓰비시지쇼에서 지은 맨션은 약 18만 세대이고,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40-50만 명입니다. 또한 미쓰비시지쇼 사무실이 인근 오피스 거리에서 일하는 분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들이 참여하는 주정용 쌀 만들기 투어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로 인해 마쓰토미 지역을 사랑하는 팬이 생겼고, 이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자연에너지투어, 오야코 캠프투어(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캠프), 벼 베기 투어, 간벌재 활용 체험 등이 있습니다.


간벌재로 집성재를 만들어 모델하우스 등에 납품했습니다. 야마나시 현 지사, 미쓰비시지쇼 스기야마 사장, 임원, 저희 간에 이렇게 4자 협정을 체결해 인증 받은 구조용 합판을 생산함으로써 1억 엔 산업을 만들었습니다.


미쓰비시지쇼와 저희의 연대에 관해 스기야마 사장은 ‘본업을 살리는 CSR’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본업을 살려서 사업에도 좋고 지역산업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는 뜻입니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라는 경영학자는 CSR을 넘어서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를 이야기합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농촌은 ‘보물산’이다


저희 단체의 활동을 일본 전체에서 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될까요? 10조 엔, 즉 약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에서 이러한 활동을 한다면, 50조 원 정도 규모의 산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농촌자원을 활용하고 도시와 연계한다면 이런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까요? 농촌 기업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일본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농촌 기업가를 육성하기 위한 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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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치며


소네하라 대표는 일본 전 지역 농촌 자원을 활용하면 10조, 50조 원이 넘는 산업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네하라 대표는 한국에서도 농촌자원을 활용해 50조 원 산업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넘치는 구호인 “개척(開墾), 모리모리(モリモリ; 불끈불끈)!”를 함께 외치자고 제안했다. 이 구호는 소네하라 대표와 함께 개간에 참여한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정비된 농지를 보며 뿌듯하게 외치는 것이라고 한다. 강연에 참가한 이들은 즐거운 얼굴로 두 팔을 들어 ‘모리모리’를 외쳤다. 소네하라 대표는 ‘젊은이들이 농촌에 와서 산처럼 쌓인 보물을 찾는 과정은 구호처럼 즐거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한국의 농촌을 살리자. 개척, 모리모리!”


[##_2C|1121943852.jpg|width=”280″ height=”21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모리 모리’ 구회를 제안하는 소네하라 대표|1268307721.jpg|width=”280″ height=”2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모리 모리’ 한국 농촌을 위해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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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_ more.. | less.. |Q: 비즈니스 모델 중심으로 활동을 소개해 주셨는데, 기존 주민들과의 융화, 공동체 의식 함양에 관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A: 18년 전에 이주했을 때 지역 청년회 등 여러 단체를 찾아가서 커뮤니케이션을 했습니다. 우리 단체에서 하는 일을 지역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숙박시설이나 식당은 우리 단체가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체험프로그램 할 때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게 됩니다. 농촌에서 활동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작은 경제활동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업을 함께 하면서 지역의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죠.


Q: 농촌과 기업을 연계하는 활동에 관심 있는 기업을 어떻게 발굴해 냈는지요? 모든 기업이 농촌 활성화에 기여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A: 저는 항상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젊은 사람들이나 기업에서 참여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업들에서 요청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리먼쇼크 이후 기업들은 경제 위기로 새로운 사업을 농촌에서 찾으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지금 농촌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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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이창한 (뿌리센터 연구위원 happyhanmin@makehope.org)
       우성희 (뿌리센터 위촉연구원 sunny02@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