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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만들고 참여하는 건강한 지역사회를 꿈꾸다 _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주민이 만들고 참여하는 건강한 지역사회를 꿈꾸다


◇ 인터뷰 날짜 : 2013년 8월 22일(목) 09:00~10:00
◇ 인터뷰 :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 녹취 및 정리 : 최은영 기획홍보실 연구원(02-2031-2185, bliss@makehope.org)
◇ 사진 촬영 및 제공 : 대전 유성구청



온천과 과학을 대표하는 도시였던 대전 유성구가 다양한 주민참여 정책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한층 강화된 복지 정책과 풍성한 교육 정책을 더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허태정 구청장을 만났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윤’) :
대전 유성구에 대한 소개와 자랑부터 해주시지요.


허태정 대전시 유성구청장(이하 ‘허’) : 우리 유성구는 1989년 대전이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신설된 자치구입니다. 대전시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유성온천과 대한민국 과학의 중심 대덕특구, 자운대 등이 있는 곳입니다. 대전에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여러 산업기반시설이 들어서면서 유성구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바뀌었는데요. 구 신설 당시에는 인구가 8만여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32만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앞으로도 2~3년 사이에 3~4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또한 우리 구는 대덕특구가 위치한 과학기술의 도시이기도 한데요. 유성구는 오랜 기간 많은 분들께 ‘온천’의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었어요. 하지만 1974년 대덕특구가 만들어지고 과학전문인력과 벤처기업이 넓게 포진하기 시작하면서, 과학도시의 위상이 강화되었습니다. 유성구는 젊은 도시이기도 합니다. 32만 인구 중 20세부터 40세까지가 전체의 34%를 차지하거든요. 2011년에는 울산 북구에 이어 고령화지수가 가장 낮은 지자체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충남대 등 대전에 있는 대학 절반 이상이 우리 구에 있기도 한데요. 유성이 교육의 도시라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종시 출범과 동시에 유성구가 배후도시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전 대상 중앙부처와 유관기관 직원들이 자녀교육이나 생활편의성 때문에 노은동 근교로 집중적으로 이사 오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세종시의 변화, 발전과 함께 우리 구의 역할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윤 : 민선 5기에서 가장 많은 역점을 둔 사업은 무엇인지요?


허 : ‘주민참여행정’을 다양한 형태의 정책으로 입안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이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주체가 될 수 있게 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였어요. 시민의 의식과 생활, 문화가 바뀌어야 정치적 환경이 바뀌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참여민주주의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해 왔습니다. 또한 대전에서 진보성향 정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당선된 것은 송석천 의원 다음으로 15년 만에 제가 처음입니다. 새로운 세대와 세력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이 생기다 보니 주민참여행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공직사회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해 왔는데요. 인사고과 기준을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만들고, 이에 의거해 인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철저하게 실력 위주의 인사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얼마 전, 직원들이 그러더라고요. ‘요순시대’를 맞이했다고요. 물론 저 듣기 좋으라고 한 얘기겠지만, 직원들이 만족해하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자신감도 회복하고 업무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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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 공정한 인사제도 정착에 힘써


윤 : 인사와 관련된 것은 시스템화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양시가 잘하고 있더라고요. 고양시는 인사 전에 직원들에게 희망부서 신청서를 따로 받고, 시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한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통해 부서 배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하는데요. 요순시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유성구에도 많은 성과가 있었을 것 같아요.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지요.


허 : 우선 직무분석을 했어요. 기획부서, 지원부서, 사업부서 등으로 구분한 후, 업무의 강도와 성격에 따라 4개 구간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모든 직원은 반드시 이 구간을 순환하게 만들었어요. 예전에는 주요업무끼리만 순환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기획부서에서 일하려면 현업부서에서 반드시 일해야 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6급까지는 순환보직을 거치도록 하고 있어요. 이는 인사배치의 공정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6급까지는 인사에 구청장이 관여하지 않고 있어요.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한 뒤 결과만 보고하게 합니다. 근무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보기 위해서죠. 덕분에 근무평가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심사를 할 때에는, 격무부서 혹은 대민지원부서에서 근무한 직원에게 가점을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어요. 동주민센터 총괄담당, 청소계장, 환경관리계장 등을 반드시 거치게 한 것이죠. 예전에는 인사, 총무, 기획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이 승진 1순위였는데, 저는 이를 확 바꾼 거죠. 그래야 인사고과의 차별을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작년부터 인사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사상담실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직원들이 맘 편하게 상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어요.


윤 : 인사가 만사라고 하죠. 공정한 인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셨네요. 혹시 구정에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한 제도는 없나요? 이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면 직원들의 사기진작에도 좋을 것 같은데요.


허 : 시책구상발표회라는 걸 1년에 한 번씩 해요. 구정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죠. 처음에는 20여 개의 아이디어만 나왔어요. 왜 아이디어를 내지 않느냐고 직원들에게 물었죠. 그랬더니 뭔가 제안을 하면 대체로 제안한 사람이 그 일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즉 자기 업무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제안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특별한 혜택도 없는데 왜 하냐는 얘기도 있었어요. 고민하다가 고과점수를 주자고 했더니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포상을 확실하게 주자고 했고, 선정 아이디어 중 상위 5위까지 해외연수를 보내주기로 결정했어요. 그랬더니 17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들어오더라고요. 심사하기 위해 거르는 게 일이 될 정도로 많은 양이었죠. 1차 심사를 통해 15개로 아이디어를 추렸어요. 이후 민간인, 전문가, 구의원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했습니다.


올해에도 5팀을 선정해서 25명 정도 해외연수를 보내줬습니다. 또 환경, 도로, 교통정책 등 분야별 아이디어 공모도 하는데요. 아이디어가 좋으면 확실하게 지원해주겠다고 했더니, 여기에도 많은 공무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책구상발표회와는 별도로 구정업무 기여자에게도 해외연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공무원의 참여도를 제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구민배심원제, 주민이 주인공인 마을축제


윤 : 앞서 주민참여행정에 역점을 두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유성구에서도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 중이죠? 또 2012년 6월에 구민배심원제에 대한 조례도 제정하셨는데요. 이를 통해 주민 분들이 구정 현안과 사업에 대해 직접 결정할 수 있게 하셨지요?


허 : 많은 지자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와 구민배심원제를 시행하고 있어요. 충청권에서는 유성구가 선도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3년째에 들어서면서 내용이 많이 풍성해졌어요. 다른 지자체나 언론, 학교 등에서도 취재 혹은 벤치마킹을 위해 많이 찾아오고 있어요. 또 예전에는 도로를 닦거나 길을 정비하는 등 주변의 소소한 문제에 대한 제안이 많았는데요. 최근에는 지역의 공동체에 대한 고민으로 의식의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문화, 교육 등으로 전환되는 것이죠. 예전에 비해 통?반장, 관변기관의 참여 비율은 떨어졌지만,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해 모르는 주민들이 아직 많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죠. 이를 개선하는 것이 과제라고 봅니다.


구민배심원제는 사안에 따라 10명에서 50명 정도로 구성되는데요. 여성 비율이 30% 이상입니다. 구민배심원은 예비배심원(주민등록상 만 19세 이상의 구민 100~300명으로 구성) 중에서 지역,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서 무작위로 추출돼요. 구민배심원제를 통해 결정된 대표적 사항은 우리 구의 대표 축제 이름인데요. 36명의 배심원이 참여해 ‘유성온천문화축제’로 선정했습니다.


올 9월에 열릴 시책구상발표회에 구민배심원제를 운영해보려고 해요. 구민배심원이 심사위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공무원에 대한 구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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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유성구에서는 마을축제도 활성화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각 동별로 마을축제를 다 하고 있다면서요?


허 : 마을축제는 우리 유성구의 자랑입니다. 붕괴된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주민 화합,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을 가지기 위해 마련됐어요. 유성에는 9개의 행정동이 있는데요, 각 동별로 마을축제를 다 합니다. 가장 오래된 곳은 진잠동 마을축제인데요. 올해까지 총 15회 개최됐습니다. 마을축제는 보통 8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진행되는데요. 올해 마을축제는 8월 24일부터 시작합니다. 봄에 해도 좋지만, 5월에 온천문화축제가 워낙 크게 진행되다보니 겹칠 우려가 있어서 가을에 하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사실 처음에 와서 축제를 보니까, 전형적인 관 주도의 성격을 띠고 있더라고요. 인원 동원하느라 공무원과 통장 등만 모아놓고, 정작 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왜 이런 축제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유성구의 모든 축제는 주민참여형 축제로 가자고 얘기했죠. 주민들이 축제 프로그램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되는 것이지요. 온천문화축제도 기획하면서 참여 위주로 바꿨어요. 체험 위주로 부스를 구성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매해 엄청난 인원이 온천문화축제에 와요. 올해는 51만명이 다녀갔습니다. 마을축제도 마찬가지로 참여 위주로 진행돼요. 축제에서는 체험프로그램, 문예활동, 전시회 등이 진행되고요. 저녁에는 메인무대에서 할머니합창단, 어린이 미니 오케스트라 등이 공연을 합니다. 출연자만 200~300명 정도 돼요. 부모님 혹은 자식이 축제 무대에 오르니까 온 가족이 축제를 보러 옵니다. 동별로 편차가 조금씩 있지만, 하루 혹은 이틀 하는 축제에 최하 1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요. 덕분에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진행하는 축제로 변모할 수 있었습니다.


축제를 할 때, 구에서 각 동에 1천만원 정도를 지원하는데요. 지원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유명가수 등 외부인사를 부르지 말라는 거예요. 지역의 자원과 역량으로 축제를 치르는 조건인 거죠. 동마다 축제를 할 때, 2~3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든대요. 1천만원은 구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모금 등으로 마련한다고 합니다. 축제 준비는 주민자치위원 등이 포함돼 있는 축제준비위원회에서 하는데요. 20명 정도 됩니다. 행정에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어요. 필요한 행정적 지원만 할 뿐이죠. 마을축제는 우리 유성의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모범적인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 유성구 대표 마을축제
– 진잠동 : 어르신 위안잔치, 마을체육대회 등
– 관평동 : 벤처협회 공동 개최, 벤처기업 홍보 부스 운영 등
– 온천1동 : 지역 농가 참여, 농산물 직거래장터 운영


윤 : 주민참여예산제나 구민배심원제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허 :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지역 현안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대부분 50~60대예요. 주민참여예산제도 진행해보면 20~30대는 거의 없고, 40대가 15~20%, 50~60대가 60~70% 정도를 차지합니다. 인구구성 대비 젊은 층이 많은 지역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 거죠. 50~60대가 과대표성을 갖고 참여하다보니 의사결정의 문제가 간혹 생겨요. 강제배분을 해볼까도 생각해봤는데요. 내년에는 구에서 20~30대만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진행해볼까 합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가득! 생각꾸러미공원


윤 : 놀이터에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접목한 생각꾸러미공원도 유명하던데요. 2012 친환경 안심 어린이놀이터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면서요? 이 또한 주민참여형 사업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허 : 덕명지구 신도시에 어린이공원 4곳이 있었거든요. 이곳을 재미있게 바꿔보자는 생각에 시도한 사업입니다. 2010년 9월에 아이디어 공모를 시작했는데요. 잘될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922개의 응모작을 보면서 그런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관내 6~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했는데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보면서 상상력에 많이 놀랐습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거든요. 이 중 시간공원, 미로공원, 로봇공원, 생태공원 등은 실제로 적용되었습니다. 로봇공원의 로봇은 터치를 하면 반응을 하고, 생태공원의 자전거를 타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등 생각꾸러미공원은 재미있고 유익한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또 응모했던 922개의 아이디어의 그림과 응모자의 이름을 탈 벽화로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는데요. 시간공원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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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취임하면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말씀하셨죠? 작은도서관, 꿈나무과학멘토 등 실제 교육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셨던데요.


허 : 인프라를 확충해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작은도서관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쳤어요. 공약으로 총 10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지금까지 6개를 만들었습니다. 도서관이 없는 지역을 우선으로 해서 사업을 진행해왔는데요. 앞으로도 2~3개 정도의 일반도서관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도서관을 경험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거죠. 보통 작은도서관이라고 하면 50평(약 165㎡)에서 100평(약 330㎡) 정도의 규모를 말하는데요. 작은도서관의 운영은 100% 자원봉사자에 의해 이뤄집니다. 구에서는 공공요금과 기본적인 운영비만 지원해요. 인건비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요. 주민운영체제인 셈이죠. 이는 우리 유성구의 큰 자산인 것 같습니다. 현재 유성에 공공도서관이 4개 있는데요. 앞으로 2개가 더 만들어질 예정이에요. 그런데 안전행정부에서 사서직 증원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민간사업영역으로 넘기라는 거죠. 그래서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꿈나무과학멘토, 지역자원의 효과적 활용


윤 : 과학도시의 특징을 살린 꿈나무과학멘토도 주목할 만한 사업인 것 같아요. 실제 학부모와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면서요?


허 : 작년에 사회조사를 하면서 확인된 사실인데요. 유성을 대표하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꿈나무과학멘토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어요. 이는 전국에서 우리 구에만 있는 사업입니다. 유성에는 대덕특구라는 좋은 시설과 훌륭한 인적자원이 있지만, 이게 지역사회와 연결이 잘 안 되더라고요. 연구단지에 계신 분들은 유성구와 대전시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어요. 과제 확보를 위해 서울과 국회 등만 방문하고, 연구에만 몰두할 뿐이지 지역사회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또 주민들은 대덕특구의 존재를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지역과 연결되는 지점이 거의 없다보니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대덕특구는 지역의 자원이자 자산이잖아요. 이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꿈나무과학멘토예요. 처음에는 직원들이 이해를 잘 못했어요. ‘잘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하는 직원도 있었지요. 저는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굳게 갖고 사업을 추진했어요. 우선 단지 내 3~4명의 인력과 공무원을 묶어 추진단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꿈나무과학멘토를 추진하게 했죠. 그리고 대덕특구의 정부출연기관, 민간기관 등의 연구기관과 유성구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어요. 유성구에 있는 초?중학교와 멘토-멘티 협약도 맺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초?중학생 아이들이 연구단지를 방문해 실험을 하고 사업설명을 듣거나, 멘토가 학교에 가서 과학기술 관련 강의를 하는 형태로 진행돼요. 방학 시즌에는 1박2일로 과학캠프도 열립니다. 해마다 5천명이 넘는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우리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보고, 연구?실습을 통해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또 과학기술자로서의 꿈도 키워주는 사업인 거죠. 학부모들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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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총 13개 기관이 참여합니다. 표준과학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원 9개, LG화학기술연구원 등 민간연구원 2개와 충남대학교가 멘토로 활동하고 있어요. 멘티로는 63개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한적이지만 지역아동센터, 도서지역의 학생을 초청해 캠프도 열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유성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를 줬으면 하는데요. 하지만 관련기관은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과학소풍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윤 : 2010년에는 전국 최초로 ‘청소년성취포상제’를 시행하셨는데요. 같은 해 11월에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명예담당관으로 위촉되셨고, 2012년 말에는 유성구가 우수 운영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요?


허 :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이하 포상제)는 청소년들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요. 4개 분야의 목표를 6개월 이상 실천해서 성과를 올리면 포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196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고요. 전 세계 140여 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에서는 지자체 최초로 우리 구가 포상제 광역운영기관으로 선정돼 지금까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매년 포상식, 설명회, 간담회 등을 두 번 이상 개최해왔고요. 작년에는 180여명의 청소년이, 올해는 213명의 청소년이 포상제에 도전을 했습니다. 첫 해인 2011년 7월에는 대전시 최초로 은장 수상자 2명을 배출했고요. 지금까지 총 82명의 포상청소년(은장 9, 동장 73)이 생겼어요. 올해는 청소년의 글로벌 리더십 함양과 국제 문화교류 차원에서 8월 초에 아?태지역 청소년 국제캠프를 개최했습니다. 덕분에 내년에 열리는 세계금장총회(IGE)에 우수 광역운영기관으로 참여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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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민선 5기의 큰 화두 중 하나였던 무상급식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산 부담을 이유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상황에서도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셨는데요.


허 : 대전의 경우 각 기관 분담비율을 놓고 시와 교육청, 구가 갈등을 조정하지 못해 지지부진했는데요. 이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무상급식보다는 의무급식이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의무교육에 급식도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 구는 무상급식에서 더 나아가 친환경급식을 대전에서는 유일하게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확대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또한 지역농가 등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 복지정책과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윤 : 유성구의 복지정책도 눈여겨볼 만한 것 같아요.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더불어 사는 건강사회를 실현하겠다고 하셨지요? 유성구의 복지브랜드가 ‘행복누리봄’이던데요.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허 : 행복누리봄은 세상을 봄처럼 늘 희망 있게 가꾼다는 뜻을 지닌 우리말 ‘누리봄’에, 민선 5기 구정목표인 ‘함께해요. 행복유성’의 키워드인 ‘행복’을 합성한 단어인데요. 유성을 늘 행복하고 희망찬 도시로 함께 가꿔나가자는 의미입니다. 올해 행복누리봄 10대 시책은 보편적 복지분야 4개 사업(희망문화 객석나눔, 결혼이민자 친정부모 초청사업, 아동체험학습 지원, 즐거운 나들이?행복한 외식), 자립복지 1개 사업(꿈씨 장학금), 민간참여복지 4개 사업(희망날개봉사단, 희망솔솔 나눔곳간, 희망나눔 연료뱅크, 사랑의 교복), 해외아동지원 1개 사업(도서관 건립사업?해외자원봉사활동)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복누리봄은 주로 지역사회의 후원을 통해 진행되는데요. 지역사회가 스스로 어려운 이웃의 자립을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깨동무’라는 사회복지기관 간의 협력체계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여기에는 구와 보건소, 노인복지관, 사회복지관, 자활센터, 장애인복지관 등이 참여하는데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합하여 사례관리 과정을 완성하는 통합전문가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노하우 전수교육, 사례관리 회의 등을 개최해 왔어요.


윤 : 지역재단의 일종인 복지재단도 만들 계획이시지요?


허 : 재단 설립은 선거공약 중 하나였어요. 사실 장학재단을 만들려고 했지만, 임기 초 재정상태도 좋지 않고 여러 우려사항이 생기면서 유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청장으로 일하다 보니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죠. 그리고 제 관심사 중 하나가 주민들의 나눔활동을 보편화하는 것인데요. 이 두 가지를 복지재단인 ‘행복누리재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구에서 1년에 10억원씩 총 30억원을 출연하는 걸 목표로 해서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의회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반대했어요. 하지만 구 여건도 상당히 좋아졌고,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다보니 예산이 조금 남더라고요. 그래서 10억원씩 3년 출연하자고 했습니다. 재단이 생기면 행복누리봄 사업의 대부분을 이관할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좀 더 많은 분들께 복지 혜택을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500원이나 1000원을 후원하는 씨앗후원, 잔돈으로 후원하는 우수리후원 등 소규모 후원을 적극 발굴할 방침입니다.


윤 : 앞서 세종시 배후도시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유성구 차원에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허 : 우선 ‘스토리가 있는 세종&유성’ 정책자료집을 발간했어요. 적시성이 있고 실천 가능한 사업을 발굴하고자 한 것이지요. 세종시민을 위한 유성생활지도도 제작해 배포했고요. 세종시 특산물 판매부스를 운영하고 설맞이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세종시민과 유성구민의 인적 교류와 여가증진을 위해 지난해 10월 ‘세종&유성 바램길’을 개통하고 거북이 투어존을 조성했어요. 바램길은 유성온천에서 시작해 안산동 등 유성 일원을 거쳐 세종시(세종보)까지 이어지는 23km 길이의 도보 코스입니다. 길을 걸으며 각자의 소원을 이루라는 뜻에서 바램길이라고 이름을 붙였고요. 거북이 투어존은 바램길로 이어지는 유성과 세종시 사이의 명소를 묶은 개념인데요. 선녀바위, 구암사, 안산산성, 세미래공원 등이 이곳에 포함돼 있습니다.


아울러 공무원 간 교류와 협력, 세종시의 부족한 인프라를 돕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고요. 올해 초에는 18개 사업으로 이뤄진 세종&유성 상생발전 추진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양 도시 발전방안과 홍보방안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윤 : 민선 5기의 임기가 10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허 : 올해 초 건강도시, 평생학습도시, 친환경녹색도시를 민선 5기 후반기 3대 정책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우선 사회적 건강성과 주민건강도를 높이기 위해 생명존중의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에요. 또한 평생학습도시 기반 강화를 위해 인프라 확충과 재능기부, 네트워크를 통한 성장과 나눔의 평생학습문화를 확산해 나갈 계획입니다.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이를 위한 교육문화운동에도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 건강도시 사업 : 자살예방사업, 생명존중 문화운동, 건강 100세 사업, 온천치료 특화거리 조성, 생활체육 활성화, 음식문화 개선 등
? 평생학습도시 사업 : 2013년 하반기 구암동 평생학습센터 개관, 관평도서관 건립 및 원신흥동 작은도서관 개관 등
? 친환경녹색도시 사업 : 그린스타트 운동, 녹색환경교육 강화, 에너지 동(洞)립만세 프로젝트, LED조명 보급, 생태등산로 조성, 자가발전 체험공원, 녹색 주차장 공간 조성 등


윤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