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곳간> 책소개

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을기업/정기석/이매진

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을기업


마을기업이 뜬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마을 공동체를 위해, 더불어 설립하고 경영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 단위체’인 마을기업을 찾아다닌 기록을 모아 펴낸 한 권의 책. 마을기업을 찾아 떠난 여정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이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을기업

정기석 지음
이매진 | 2011.7.8






어느 마을시민의 마을기업 둘러보기

인구 6만 명인 충남 서천군에는 지역먹거리 생산자조합이 운영하는 ‘얼굴있는 먹거리’ 직매장이 있다. 5평쯤 되는 매장에는 지역 특산품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는데, 얼핏 요즘 주목받는 생협 매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중간 수집상이 없고, 생산자인 조합원이 직접 운영하는 직거래 장터형 매장이다. 겉으로는 볼품없어도 생산자에게 안정된 판로를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어엿한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이 뜬다. 지역 공동체의 자원을 활용해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을 벌여 안정된 소득을 얻고 일자리도 만드는 마을 단위 기업이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파괴된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거나 형성하는 데 기여하며, 지역 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구실을 한다.

<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을기업>을 쓴 농촌·귀농 컨설턴트 정기석은 마을기업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이다. 무너진 농·산·어촌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분열된 지역 사회를 통합할 마을기업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와 체제에 놓여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마을 공동체를 위해, 더불어 설립하고 경영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 단위체’인 마을기업을 찾아다닌 기록을 모아 한 권의 책을 펴냈다.

희망을 잇고 사람이 있는 마을기업 로드

마을기업을 찾아 떠나는 이 책의 여정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이어진다. 마을 농장, 마을 공장, 마을 가게, 지역 유통, 농장 마을 등 ‘좋은 마을을 일으키는 경제 기업’, 마을 학교, 농장 학교, 지역 교실, 체험 마을, 교육 마을 등 ‘바른 마을을 일깨우는 교육기업’, 예술단, 문화원, 공방, 조사단, 박물관 등 ‘열린 마을을 퍼뜨리는 문화기업’, 생태건축가, 대안기술자, 대안대학, 사회복지원, 연구소 등 ‘옳은 마을을 지키는 생태기업’이 이 마을기업 로드에 들어간다.

좋은 마을을 일으키는 경제기업에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마을 농장인 경남 창원 다감농원, 좋은 농식품을 가공하는 마을 공장인 전북 정읍 자연건강, 좋은 먹거리를 소비하는 마을 가게인 충남 서천 얼굴있는 먹거리, 좋은 먹거리를 전파하는 지역 유통업체인 인천 강화 콩세알나눔센터, 좋은 농업으로 일어나는 농장 마을인 충북 옥천 산계뜰친환경영농조합이 있다.

바른 마을을 일깨우는 교육기업에는 마을에서 바르게 생활하는 마을 학교인 경북 영양 우리손배움터, 농촌을 바르게 살려내는 농촌 연구소인 전북 완주 농촌살림연구소, 지역에 뿌리내린 지역 교실인 인천 강화 백일학교, 도농이 바르게 상생하는 체험 마을인 전남 장성 자풍비나리마을, 서로 바르게 가르치는 교육 마을인 경북 영주 에듀코빌리지가 있다.

열린 마을을 퍼뜨리는 문화기업에는 삶과 놀이가 하나 되는 열린 예술단인 강원 원주 신화마을네트워크, 마을과 사람을 잇는 열린 문화원인 경남 하동 지리산학교, 자연과 세상을 빚는 열린 공방인 충북 단양 방곡도예촌, 마을의 역사를 되살리는 열린 조사단인 울산 울주 소호마을조사단, 마을의 추억을 얘기하는 열린 박물관인 전북 진안 학선리마을박물관이 있다.

옳은 마을을 지키는 생태기업에는 따뜻한 집을 짓는 옳은 건축쟁이인 전북 진안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 깨끗하게 연구 개발하는 옳은 기술자인 경기 가평 연세대청정기술연구단, 자연과 사람이 조화되는 옳은 마을대학인 경남 함양 녹색온배움터, 더불어 모시고 나누는 옳은 사회복지원인 전남 영광 여민동락, 사람 사는 마을을 그리는 옳은 연구소인 전북 무주 마을연구소가 있다.

기업과 사람의 동반 성장, 작지만 큰 마을기업의 미래

우리 주위의 희망을 찾아가는 마을기업 로드는 경제, 교육, 문화, 생태, 지역, 사회 등을 화두로, 도농 교류·직거래, 생태 체험, 로컬푸드, 대안교육, 대안 기술, 생태 건축, 문화 예술 등 더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일거리를 포괄한다. 물론 이 책에 기록된 마을기업의 유형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마을기업의 전부는 아니다. 마을에 기반하며, 기업과 사람의 동반 성장을 지향하는 사업체라면 다 마을기업이 될 수 있다.

마을을 먹여 살리는, 작지만 큰 마을기업의 가치는 ‘옳은 기업, 바른 기업, 열린 기업, 큰 기업’이다. 기업 공동체의 구성원이 좀더 가까워지고 서로 쉽게 알 수 있는 인간적인 규모(옳은 기업), 노동, 사업, 생활 등 일상적 기업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균형 있게 통합된 직장(바른 기업), 회사 공동체의 구성원이 각자 제 할 일을 찾아 서로 조화롭게 협력하고 상생하는 일터(열린 기업), 안팎으로 공동체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하는 기업(큰 기업)이 마을기업의 미래인 것이다.

우리 시대의 마을기업은 ‘작고 낮고 느린, 일과 삶과 놀이가 하나 되는 생태적인 기업 공동체’다. 정도 경영, 상생 경영, 생태 경영의 원칙 아래 이런 마을기업의 가치를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전근대적인 기업 환경과 지역 경제가 바뀌고, 나아가 불확실성과 불공정성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대안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마을기업 로드를 다녀온 마을시민 정기석의 결론이다.




들어가는 글 – 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을기업

1장  좋은 마을을 일으키는 경제 기업
좋은 농산물 생산하는 마을 농장-경남 창원 다감농원
좋은 농식품 가공하는 마을 공장-전북 정읍 자연건강
좋은 먹거리 소비하는 마을 가게-충남 서천 얼굴있는 먹거리
좋은 먹거리 전파하는 지역 유통-인천 강화 콩세알나눔센터
좋은 농업으로 일어나는 농장 마을-충북 옥천 산계뜰친환경영농조합

2장  바른 마을을 일깨우는 교육 기업
마을에서 바르게 생활하는 마을 학교-경북 영양 우리손배움터
농촌을 바르게 살려내는 농촌 연구소-전북 완주 농촌살림연구소
지역에 바르게 뿌리내린 지역 교실-인천 강화 백일학교
도농이 바르게 상생하는 체험 마을-전남 장성 자풍비나리마을
서로 바르게 가르치는 교육 마을-경북 영주 에듀코빌리지

3장  열린 마을을 퍼뜨리는 문화 기업
삶과 놀이가 하나 되는 열린 예술단-강원 원주 신화마을네트워크
마을과 사람을 잇는 열린 문화원-경남 하동 지리산학교
자연과 세상을 빚는 열린 공방-충북 단양 방곡도예촌
마을의 역사를 되살리는 열린 조사단-울산 울주 소호마을조사단
마을의 추억을 얘기하는 열린 박물관-전북 진안 학선리마을박물관

4장  옳은 마을을 지키는 생태 기업
따뜻한 집을 짓는 옳은 건축쟁이-전북 진안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
깨끗하게 연구 개발하는 옳은 기술자-경기 가평 연세대청정기술연구단
자연과 사람이 조화되는 옳은 마을대학-경남 함양 녹색온배움터
더불어 모시고 나누는 옳은 사회복지원-전남 영광 여민동락
사람 사는 마을을 그리는 옳은 연구소-전북 무주 마을연구소

마치는 글 – 이제는 마을기업이다
부록 – 마을기업 방문지 정보

 


정기석
남녘 진주에서 1963년 가을에 태어났다. 주로 서울에서 지냈다. 지질학과를 오래 다녔다. 난민촌 서울에서는 말단 은행원, 비민주노조 간부, 군소 언론 기자, 소호 벤처 경영자, 영세 출판사 기획자로 밥벌이를 했다. 도시민으로 지은 죄가 다양했다. 마흔에 이르자 마을로 자발적 유배를 떠났다. 농업 회사 관리자, 유령 작가, 생태마을 막일꾼, 농촌·귀농 컨설턴트 행세를 하고 돌아다녔다. 사람 사는 세상, 용기 있는 지혜, 아웃사이더를 다룬 이야기책을 좋아한다. 가끔 시나 소설도 끼적거린다. 오늘날 비인가 ‘마을연구소’에서 일하는 척한다. 이제 아무 짓도 안 하고 싶다. 산과 물은 맑고, 하늘과 들은 밝고, 바람과 사람은 드문, 작고 낮고 느린 ‘오래된 미래 마을’에서 겨우 살아가고 싶다. 나무나 풀, 돌이나 흙처럼.




“우리는 근거리 착한 소비 운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민에게 직거래할 경우 물류비 절감뿐만 아니라 얼굴과 얼굴이 만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관계’가 형성됩니다. 이렇게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농산물을 구매하면, 지출된 돈이 지역 사회에 잔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을 올리는 등 선순환을 만들어내기에 결국 지역 경제에도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지요.”
( p.56)

“오히려 농·산·어촌 등 시골에 와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과잉 행동 장애, 우울증, 왕따 등 어떤 아이들도 자연 안에서 스스로 정화되고 치유돼 자라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주로 도시에 살고 있는 어른이고, 점점 도시화되고 있는 이 사회입니다.”   (p.88)

“귀농하려는 이들의 세 가지 걱정인 먹고 사는 일, 아이들 교육, 고립감이나 고독감을 해결해주는 마을”이 조 씨와 강 씨가 진정 만들고 싶은 마을의 원형이다. 그 방법론이자 사업 아이템을 바로 교육생태마을로 정립하고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땅 장사, 집 장사를 하자고 나선 일은 아니다. ‘생태’와 ‘대안적 삶’이라는 가치를 생산하고 나누려는 생각이 이 사업의 본질이다.  (p.115)

“신화를 잃은 사람은 자기 고향 마을을 다시 찾지 않을 것입니다. 마을은 서로 공생 가치를 존중합니다. 법이 없이도 문화로 마을의 공존 공생의 질서를 지켜온 곳입니다. 마을에는 아직도 밥 굶는 자가 없습니다. 놀고먹는 자는 부끄러워할 줄 합니다. 또 경우 없이 막돼먹은 자는 자동으로 퇴출되는 마을 문화가 아직 살아 있습니다. 건강하고 협동적이며 자율적인 공동체 문화의 마지막 보루가 곧 마을 문화인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 문화를 살리는 길이 바로 마을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p.186)

해법은 결국 마을에서, 마을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이상적으로 들리겠지만 결국, 모든 마을 주민의 참여와 자치만이 성공의 열쇠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마을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 ‘마을기업’을 바탕이자 중심으로 삼아, ‘살림마을’의 공동체를 세우고 꾸리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