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전망

[사회적경제센터]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2013년 12월 18일(수) 경기도 의원 연구모임 <공유사회포럼>이 주최하고,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가 주관한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와 주체별 역할’ 정책포럼이 광명학습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경기도의회 의원뿐 아니라 경기도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 활동가들과 사회적경제 담당 공무원들도 참석하였다.   


사람이 성장한 만큼 생태계가 성장한다

기조발제는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와 주체별 역할’이라는 주제로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전문위원이 맡았다. 정상훈 전문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규모는 GDP의 약 0.1% 수준으로 미미한 규모이지만, 10개 이상의 정부부처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을 펴는 등 정부가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정상훈 전문위원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적 요인과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이 대두됨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가 저성장국면인 상태에서 소기업이 발전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협동의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공을 저해하는 요소에요. 이런 환경에서 사회적경제가 발전하려면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상호의존하면서도 완전히 독립해 생존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사회적경제 기반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죠.”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상훈 전문위원은 건강한 생태계의 핵심은 지역적 토대에서 출발하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각 지역에서 △ 인재를 육성하고 △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 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때에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훈 전문위원은 무엇보다도 지역 인재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사람이 성장한 만큼 생태계가 성장합니다. 제도나 환경이 변한다고 해서 생태계가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 집합 교육이 아니라 현장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하려 해도, 역량 있는 교육기관과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움직일 사람의 부재가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지역 내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또, 정상훈 전문위원은 섹터 간 가교가 역할을 하는 중간지원조직과 실무자들로 구성된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활성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했다.

“협력적 거버넌스란 정책수립뿐 아니라 정책집행과 평가까지도 각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의미합니다. 섹터 내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시각 등이 각기 달라 섹터 간 가교 역할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중간지원조직이 하는 것이죠. 중간지원조직이 잘 운영되는 지역에서 건강한 생태계가 이루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실무자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서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발전시켜야합니다. 각 조직의 대표들만 모이는 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많은데, 이건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크가 아니에요. 실무자들 중심의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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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전문위원)


정상훈 전문위원은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각 주체들의 역할에 대해 당부하며 기조발제를 마무리하였다. 정상훈 전문위원은 지방정부가 △ 거버넌스에 기반한 생태계 지원 △ 통합 지원체계 및 핵심 인력 지원 △ 공공시장 및 사회혁신 클러스터 조성의 역할을 해야하며, 지역 시민사회는 △ 사회적경제 조직과 지역 활성화 연계 방안 마련 △ 공동 성장 기반 조성 △ 커뮤니티 디자인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중간지원기관은 △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 기획 역량 강화 △ 지역 순환형 인재 육성 시스템 구축 △ 협력적 거버넌스 지원 및 자립 구조 구축에 힘쓰고, 지역 당사자 조직의 경우 △ 상호의존적인 내부 거래 활성화 △ 공동 사업을 통한 성공적 연대 경험 확대 △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조직 역량 강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정부의 동반자이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주체인 경기도 내 사회적경제 활동가와 공무원의 발제가 이어졌다. 경기도 내 혁신 사회적기업인 함께일하는세상의 이철종 대표는 함께일하는세상의 사례에 비추어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사회적경제 조직만이 가진 장점에 대해 발표하였다.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은 영리기업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함께일하는세상이 서대문구 청소행정과와 사업을 했을 때, 예산 감축 효과와 함께 기존 예산으로 취약계층의 고용률을 2배 이상 높이는 결과를 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영리기업이었다면 취약계층 고용률을 높이기보다 기업의 이윤을 더 창출했겠죠. 또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적경제조직은 사회복지사들을 고용해서 서비스와 더불어 상담을 제공하거나 필요한 사회서비스와 연결을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이철종 대표는 공공서비스 영역의 계약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이 가진 공공성과 혁신성이 고려되지 않는 부분을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꼽았다.

“공공서비스 영역의 계약이 최저가 낙찰제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사회적경제 조직이 가진 공공성과 혁신성이 고려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하는 예산을 더 많이 편성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공공성을 담보하는 서비스의 확장과 혁신을 위해서 지자체, 정부와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지자체들이 지역에 어떤 사회적경제 조직이 있는 지 알아보고, 기존 사업에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파트너로서 공공성,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음을 알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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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


현장의 목소리

이 날 포럼은 경기도 내 지역 사례로 광명시를 조명하였다. 광명시 사례 발표자로 마을기업 행복한까페의 주미화 대표, 비영리단체 비움과채움의 김윤옥 대표, 광명시 사회적경제기업지원센터 김태인 주무관이 광명시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느낀 점과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개선 방안에 대해 발제하였다.

청소년과 학부모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활동가였던 주미화 대표는 마을기업 행복한까페에서 지역 내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김윤옥 대표는 비움과채움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알콜중독자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소외계층이 지역 사회로 통합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역 활동가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비움과채움의 경우 재활용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매월 임대료만 163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윤옥 대표는 상근활동가 2명과 비상근활동가 1명만으로 단체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주미화 대표 역시 정부 지원기간 동안에 마을기업을 준비하고 안정된 수익을 창출해내기 힘들다고 말하였다.

“저는 마을기업을 준비하는 데 1년이 걸렸고, 운영한 지는 1년이 되었습니다. 정부의 지원기간 2년은 마을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행정서류가 너무 많다는 점을 건의하고 싶어요. 정부에서 간사를 지원해 주지만, 인건비가 6개월만 지원되기 때문에 업무를 지속적으로 같이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광명시 사회적경제기업지원센터의 김태인 주무관은 광명시 사회적경제 내에서 민간 파트너가 부족하여 정부기관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경우 시민사회에서 시작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많은 반면, 광명시 사회적경제 조직의 대다수는 중소기업, 개인 기업이고 사회적기업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민간 파트너가 부족하기 때문에 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책을 집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충돌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김태인 주무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사회적경제 주체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가장 효과적인 사업을 고민하던 중에 시작한 것이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지역 사회 내 사회적경제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진행하였죠. 하반기에는 사회적경제 토크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표면적인 기획 의도는 사회적경제를 대중에게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 주체를 발굴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진짜 목적이에요. 기획 과정에서 지역 주체를 발굴하고자 하기 때문에 아무리 유명한 사람일지라도 토크콘서트에 참여하려면 기획회의에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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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화(행복한카페 대표) 김윤옥(비움과나눔 대표) 김태인(사회적경제기업지원센터 주무관)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과제


마지막 세션인 전체 토론에서는 발제자와 포럼에 참석한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모두 토론에 참여하였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경기도의회 양근서 의원은 사회적기업의 평균임금이 약 110만 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임을 지적하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제공되는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정상훈 전문위원은 사회적경제 조직에 고용된 1만 6천 명 중 8천 명이 취약계층인데, 이들이 다른 영리 부문에서 근무하면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상황이라고 했다. 정상훈 전문위원은 이들 취약계층이 사회적기업에 고용되었기 때문에 약 110만 원의 임금이 지켜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충남의 한 경비 업체 사회적기업을 사례로 들었다.

 “충남에서 경비 업종의 사회적기업을 하는 사회적기업가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적기업을 하겠다는 분들 중에 지원금 보고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는 분입니다. 지원금만으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그분이 사회적기업을 계속해서 운영하는 이유는 경비 업종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기업이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4대 보험비를 빼돌리는 등 편법을 쓰면 1년에 3억 정도의 이윤을 낼 수 있지만, 그분은 본인의 경제적인 상황이 힘들어질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4년째 편법 없이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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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사회적경제 육성 지원조례’를 설명하는 경기도의회 박용진 의원

                                                                                                          
이날 전체토론에서는 사회적기업제품 우선구매제도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플로어 질의시간에 예비사회적기업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의 김경희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을 위해 사회적기업제품우선구매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실제로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며,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조례로 지정된 법들이 행정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실효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건의하였다.

이철종 대표 또한 정부가 양적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을 확산시켜놓고 이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는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기상 경기도청 사회적기업지원팀장은 “공공기관 우선구매 조항에 대해서 중소기업, 녹색기업, IT 벤처 등 9개의 우선 구매 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회적기업 제품 우선구매 비율까지 지키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의회 박용진 의원은 ‘경기도 사회적경제 육성 지원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기존 경기도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분야가 별개의 조례로 존재했습니다. 이번 ‘경기도 사회적경제 육성 지원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하다면,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3개의 조례가 폐기되고 통합 조례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조례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통합 지원센터가 설립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조례를 통하여 체계적인 사회적경제 정책 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회적경제,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원해야
경기도의회 김종석 의원은 사회적경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하고 육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석 의원은 벤처기업,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경제 조직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영리조직과 같은 기준으로 사회적경제조직에 수익창출을 요구하는 것 또한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파괴된 우리나라 고유의 두레, 품앗이와 같은 협동의 정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회복해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았던 박승원 의원은 사회적경제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 주민들의 주체적인 역량 개발과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박승원 의원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지자체는 인력 발굴에 노력하고, 현장에 계신 여러분들은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에 힘써주기를 당부하였다.

경기도의회와 희망제작소가 함께 개최하는 <공유사회포럼> 은 오는 1월 15일 ‘공유경제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해법’이란 주제로 최근 활발히 제정되고 있는 사회적경제와 공유경제 관련 조례를 집중 조명하고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글_ 김지혜 (사회적경제센터 보조연구원 fromstream@gmail.com)
      이재흥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weirdo@makehope.org)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