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뉴스> 뉴스

[22차 정기포럼 현장]_주민자치혁신,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하다


제목 없음

제22차 정기포럼 / 2013.10.16(수)
주민자치혁신,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하다

식물의 뿌리는 물과 양분을 흡수하여 성장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존재이지요.  마찬가지로 한 국가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주민 한 명 한 명의 참여가 참 소중한 의미를 가집니다. 목민관클럽 회원 지자체가 주민참여 활성화와 자치혁신을 고민하기 위해 울산 북구에 모였습니다. 함께 그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세계 최대의, 그리고 최고의 자동차 공장

울산은 근대 산업화의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그 중 현대자동차 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하네요. 울산까지 갔는데 이곳을 안 둘러볼 수 없겠죠? 현재 이곳은 5개의 공장에서 16차종을 생산합니다. 연간 154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니, 10초 당 한 대 꼴입니다. 실로 그 규모를 짐작하실 수 있겠죠?
견학은 자동차를 조립하는 공장 2층 통로를 따라 진행됐습니다. 일행은 의장 조립 공장을 방문했는데요. 자동차 조립은 한 개의 단일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정에 따라 네 개의 공장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철판을 절단하여 자동차의 각 부분에 맞는 모형으로 만드는 프레스 공장, 차체 조립 공장, 완성된 차체를 로봇이 세밀하게 검사한 후 색을 입히는 도장 공장, 마지막으로 의장 조립 공장으로 이동하여 2만 5천여 개의 부품이 장착되어 한 대의 차가 완성된다고 해요. 공장을 견학하는 동안 과거 이곳에서
일하셨던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님의 부연 설명이 이어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보기에는 단순해 보여도 기계속도에 맞춰 계속하다보면 정말 힘이 듭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돈을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주말, 저녁없이 쉼 없이 일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저기 보세요. 저렇게 등판에 회사이름이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비정규직입니다. 요즘 많이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똑같은 일을 해도 임금차이가 많이 나지요. 북구에서는 비정규직지원센터를 만들어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일자리와 공동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울산 북구 마을기업

자동차 공장 견학을 마치고 찾아간 곳은 울산 북구가 자랑하는 마을기업 1호 ‘사랑길 제전장어’ 입니다. 제전마을은 원래 20여 년 전부터 장어가 유명한 곳이었는데요. 한때 장어구이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다고 하는데, 언제부턴가 하나 둘씩 사라졌다고 해요. 그러다 2011년 윤종오 청장님과 마을 주민들의 뜻이 맞아 2011년 ‘사랑길 제전장어’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은 2011년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작년에는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는데요. 장어 맛을 보니 왜 인기있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마을기업입니다. 가사와 보육으로 재능을 썩힐 수밖에 없었던 디자인 전공 출신 주부를 고용하여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주부들이 주축이다 보니 아이들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남편들의 참여까지도 이끌어내고 있다고 해요.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 하는데도 좋은 역할을 하고 있네요. 이곳은 마을기업의 핵심 가치인 일자리 창출과 공동체적 가치의 회복에 충실한 곳이었습니다.

사실 풀뿌리 민주주의도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데요. 필수요건은 아니지만 경제문제는 민주주의 가치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 북구의 마을 기업은 경제적 문제 해결과 동시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원동력을 제공해 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기획부터 집행까지 주민의 힘으로! 화동못 수변공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화동못 수변공원은 약 3000평 규모를 자랑합니다. 규모로 봐선 평범한 공원 같다고요? 겉으로 공원을 훑어보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곳이 만들어진 과정만큼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2010년부터 2011년 까지 약 2년 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이 공원은 기획 단계부터 집행 단계까지 주민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먼저 주민 설명회를 통해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뒤, 야생화 습지, 약수터, 운동 기구 등을 설치했죠. 기획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하니, 야생화 및 수생식물 식재와 생태습지를 조성하는 과정에도
업체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나서 심고 가꾸고 했다네요. 때문에 화동못은 주민이든 공무원이든 너나할 것 없이 정성을 쏟아 부은 마을의 보물이자, 울산 북구의 주민참여 시스템이 자리매김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보도블록 사이에 핀 민들레처럼’, 한계 속에서 피어나는 주민자치 혁신의 가능성

혹자는 말합니다. 한국에서 지방자치란 신기루와 같다고. 물론 한국에서는 지방자치가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게 사실입니다. 지방자치 가운데서도 주민자치는 더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목민관클럽 회원 지방자치단체 사례를 보면서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먼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연구위원인 이호 위원께서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에 대해 발표해주셨습니다. 이 위원은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를 첫 손에 꼽았습니다. 한국의 주민참여제도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지만 그것을 잘 작동시키려는 자치단체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이에 따라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참여에 대해 실질적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점, 폭넓은 사전정보공개를 통해 주민들의 참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점, 사적 이해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점, 주민들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길 제안하였습니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에는 참여 지자체별 주민자치 혁신사례에 관한 발표가 이어졌는데요. 먼저 채인석 화성시장님은 주민자치라는 주제에 살짝 벗어나서 민선5기의 주요과제인 친환경 무상급식을 어떻게 확산할 것인지 제안을 해주시네요. 어려운 재정여건이지만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의지를 가져달라고 부탁하시면서, 화성시가 이 주제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발표를 듣는 내내 주민들의 복지에 대한 화성시의 깊은 고민이 가슴까지 와 닿는 것 같아 한편으로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으로 진안군의 사례입니다. 송영선 진안군수님은 주민자치위원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주민자치에 역행을 초래하는 것이라면서 주민들의 역할과 역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배움을 통한 지식 습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셨지요. 진안군은 배움의 나눔 실천 사례로서 ‘주민자치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주민자치의 기반이 쌓이고 결국에는 그것이 실천과 혁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지는 김우영 구청장님의 발표에서는 은평구에서 실시되고 있는 다양한 혁신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역화폐인 ‘문’을 통해서 주민의 재능과 물품들을 공유하는 ‘e-품앗이’ 제도, 할머니들의 경로당 운영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꼬부랑 콩나물 국밥 전문점’ 마을기업,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한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 및 예산 편성 등 은평구의 굵직굵직한 주민참여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셨지요.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제도 처음에는 부작용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역 화합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하면 할수록 참으로 보람
있는 제도라고 말씀하시면서 만족감을 보이셨습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님은 지역의 복지에 대한 고민을 들고 오셨습니다. 복지를 한다고는 하지만 복지전달체계가 지나치게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복지사각지대가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성북구는 ‘동 복지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 복지협의체’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고 복지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성북구 사례는 주민, 민간기관, 행정의 협력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른 단체들에게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무상 울산 북구 농소3동 주민자치 부위원장님께서 주민자치회 운영사례를 발표해주셨는데요. 농소3동은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바뀌게 되면서 주민자치가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졌고, 안전행정부가 제시한 주민자치회 기본모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및 공동체 활성화를 이뤄 나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가 보이는 등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요, 이런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하여 주민자치회를 정착시키는 울산
북구 농소3동이 되길 바랍니다.

주제발표와 현장사례를 들으니, 주민자치가 제대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행정의 노력이 동시에 있어야겠구나 싶습니다. 행정은 시민사회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탓하지 말고 자치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며, 주민자치와 관련된 제도를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시민사회 역시 민주주의 사회의 뿌리로서의 역할을 다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스스로 자치역량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PT(노동자)당이 가졌던 정치철학은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내가 정치권력을 얻는 이유는 시민들을 위해 무언가 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권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라는 것이지요. 주민자치가 시대의 아젠다로 떠오른 요즈음, PT당의 정치철학은 우리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보도블록 사이에 핀 민들레처럼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주민자치가 만개하는 날이 곧 올 것임을 믿습니다.

작성 : 기획홍보실 윤여원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