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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제3차 정기포럼 현장]고용없는 성장시대, 직업교육훈련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목민관클럽 제3차 정기포럼 & 한독 도시교류포럼] 현장스케치


고용없는 성장시대, 직업교육훈련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비정규직 600만 명, 실질 실업률 10%,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학업 외에도 스펙을 쌓기 위해 매일매일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해야만 하는 청년들에게 이 같은 상황은 절망적이고 암울하기만 하다. 부모님 세대의 성공과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모님과 같은 평범한 삶을 꿈꾸어보지만 여의치 않은 현실에서 그 꿈을 접어야만 하는 청년 세대들에게 어떤 위로와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청년실업문제는 비단 한국사회만 안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속에서 겪는 비슷한 어려움이다. 다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청년세대에게 탄탄한 직업교육훈련을 통해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경제위기도 극복하는 곳이 있다. 독일은 사회합의를 통해 교육의 일환으로 청년세대에게 직업교육훈련을 실시한다. 한국정부도 독일 등 유럽의 직업교육훈련제도에 착안하여 한국형 일학습병행제도를 도입하였다. 2013년 시범사업을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희망제작소와 목민관클럽은 지난 12일 경기도 시흥에서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과 함께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한국형 일학습병행제도의 안착방안을 모색하고, 청년의 성장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방안을 고민해 보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다.



◆ 최고의 조리사를 육성한다, 한국 조리과학 고등학교


본격적인 포럼시작에 앞서 독일과 유사한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특성화고를 둘러보았다. 학습과 직업교육의 일환인 실습을 병행하는 곳인데, 시흥시 과림동에 위치한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이하 ‘한조고’)는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특성화고로서 학년별로 한식, 중식, 일식, 제빵 등 다양한 조리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학년별 6개 학급씩 총 18학급으로 732여 명이 재학 중이다. 최고의 조리사를 목표로 기능장이 실습을 지도하며, 일류호텔 조리사를 초빙하기도 한다. 졸업 후 다양한 진로지도를 위해 외국어 교육과 방과 후 고급 조리과정을 열기도 한단다.

최병철 교장선생님의 소개로 학교 개요를 들은 후 현장실습실로 이동하였는데, 실습 중인 학생들의 표정이 밝고 진지해 보였다. 일찍부터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하고싶은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기 때문 아닐까. 한조고 학생 60%는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40%는 인성을 본다고 한다. 전국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제주도에서도 찾아온다는데, 학생의 30% 정도는 기숙사를 이용한다. 내가 만약 중학교 졸업생이라면 한조고를 선택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다만 취업을 염두에 둔 특성화고임에도 불구하고 졸업생의 70% 정도는 진학을 한다고 하니, 독일과 같은 일학습병행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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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합의로 교육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독일의 직업교육


오후 본격적인 포럼이 시작되었다. 먼저 독일의 직업교육에 대한 개황 소개, 노동조합의 요구로 노사합의를 통해 노동자의 직업교육을 추진한 바덴뷔르템베르크의 아켄투어-쿠 사례, 청년세대의 일자리 연결을 돕는 헤센주의 다양한 정책들을 들어보았다.


먼저, 독일연방교육연구부 직업교육과 훈련 부서장이었던 베로니카 일로나 파알 여사가 독일의 직업교육을 소개하였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디자인플라자(DDP)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건물을 설계하고 건설하기까지 필요한 직업들과 이 직업인들을 길러내기 위해 필요한 각종 직업교육 과정을 소개하면서 독일의 직업교육에서는 몇 가지 원칙들이 중요시 된다고 강조하였다.


독일의 직업교육은 1969년 직업교육법이 제정되면서 독일 전역에 통일된 직업교육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관련 법규를 엄격하게 지킬 것을 요구?감독하고 있다. 이러한 연방차원의 통일된 교육 규정과 함께 각 주별로 맞춤형 교육 과정으로 다양한 산업부분을 위한 수백 개의 직업교육 관련 조항과 법령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면서 직업교육을 받는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직장과 학교에서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배우고 일하는 독일의 직업교육 시스템은 단순히 고용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철학적인 지향점, 그리고 사회적 동반자 관계로서 직업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협상하고 의논하는 과정의 산물이라고 한다.


우리처럼 견습생?인턴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10~20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열정페이’같은 이상한 개념으로 넘어가는 마인드로 운영하는 기업들과 달리, 임금규정을 준수하고 단순 고용이 아닌 교육을 받는 교육생이자 근로자로서 전문자격을 갖춘 교육담당자가 직접 관리하는 체계는 확실히 배울 점이 많아보였다.



◆ 직장 내 재교육과 비공식적 자격 인증 시스템의 조합 아겐투어-쿠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스베틀라나 노비코바는 아겐투어-쿠의 설립배경과 기본원칙, 중요한 가치와 프로젝트들을 소개하였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전통적으로 금속산업이 발달한 곳인데 금속산업노조연맹은 사용자측인 남서부금속전기기업협회와 함께 ‘숙련된 노동자’를 형성?육성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는데, 이 협약의 일환으로 추진된 프로젝트가 아겐투어-쿠 이다. 노?사 양자가 서로 협약과 협력을 통하여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각종 자문서비스와 노동자의 숙련, 재교육 문제를 다루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아보였다.


한국에서는 ‘노사 간의 협력’을 외치면서도 현실에선 기업의 노조 탄압,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조 간의 갈등을 유도하는 등 도저히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도, 의지도 없는 기업과 이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의 모습과는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다음으로 ‘Aiko’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는데, 현장에서 축적한 직업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자격으로 인증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이력서와 직업능력 분석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면서 개인의 프로파일을 만들어가고 이를 토대로 노동자와 기업이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독일 내에서도 최초로 시도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  ‘학교-직업 전환에 있어서 고용알선의 최적화’ OloV 제도


 마지막 독일 발제자로 나선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장인 스벤소장은 헤센주의 ‘올로프(OloV) 제도’를 소개하였다. 올로프는 ‘학교-직업 전환에 있어서 고용알선의 최적화’라는 뜻의 독일어 약자를 의미한다.


 2005년 헤센주 고용노동위원회에서 직업교육 협약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인데, 젊은이들을 최대한 빨리 직업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로프는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하나는 기존의 체계를 근간으로 삼아 체계를 더욱 최적화하는 것과 지역의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차원의 코디네이터와 코디네이팅을 담당하는 담당관이 학교에 상주하면서 젊은이들의 직업, 진로교육에 대한 지원?자문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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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일학습병행제 안착을 위한 과제


독일 사례에 이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권상원 팀장이 독일의 직업교육제도를 모델로 한 한국형 듀얼시스템, ‘일학습병행제’에 대한 소개와 현황에 대해 발표하였다. 한국형 듀얼시스템인 ‘일학습병행제’는 아직 초창기 단계이며 제도적인 측면에선 독일의 듀얼 시스템을 들여왔지만 운영면에선 영국과 호주와 같은 도제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한다. 일종의 혼합형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해외의 NQF제도를 한국의 실정에 맞게 운영해서 일정 레벨이 되면 대학 졸업장처럼 인정해주거나 기업 내에서 승진과 인사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연 한국형 일학습병행제가 청년들의 스펙쌓기 열풍을 잠재우며, 청년세대의 취업과 성장을 잘 지원해 줄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권팀장 발제어 이어 곽상욱 오산시장은 현재 고등학교의 70%가 인문계고인데, 여기 아이들의 절반이상은 대학에 뜻이 없고 영혼없이 학교를 오간다고 지적하며, 학업포기 인문계고 학생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어 오산시는 대학 진학에 뜻이 없거나 어려운 인문계고 학생을 위한 직업교육과정을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 청년들에게 기회를


마지막으로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의 발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서울시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면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자세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설명해주었다. 현재 청년들의 문제는 이전 세대와 달리 ‘해도 안 된다’고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함께, 열심히 스펙을 쌓는 등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는 데 이것을 사회에서 펼쳐볼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전 기획관은 자신이 진행했던 하자센터의 프로젝트와 청년허브의 경험을 예로 들며,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청년세대에게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면 이러한 기회를 통해 청년의 성장과 일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끝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부의 거버넌스도 중요하지만 청년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구의원, 시의원 같은 직업들도 청년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며, 이러한 장을 만들어 볼 것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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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갈 길이 먼 청년


금번 한독도시포럼과 공동으로 개최한 목민관포럼은 2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담당자 70여 명이 참석하여 열 띤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청년실업문제는 심각한 과제로 해결의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방증일 것이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직업교육훈련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는 한국 상황은 독일사회의 합의과정을 배워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청년세대에게 일과 성장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 포럼과 같이 현장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목민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청년세대여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만들어 나가자!

 


글: 김경남 인턴연구원

사진: 김우주 사진작가